사물놀이의 연주 형태

2007. 5. 31. 02:36문화예술교육


사물놀이는 풍물굿의 여러 측면을 종합, 재정리하여 그것을 4개의 레파토리로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각 지방의 풍물굿들을 개별적으로 정리하는 형태였으나 점차로 비나리, 삼도설장구, 삼도농악, 판굿의 4가지 연주곡목으로 간소화되었습니다.


가) 비나리


비나리는 사물의 가락 위에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은 노래를 얹어 부르는 것인데, 한마디로 제의성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비나리는 사물놀이의 공연에서 맨 앞에 놓여집니다. 즉 비나리로써 공연의 문을 열어서 오신 분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써 마침내 연주자와 관객사이의 벽을 서서히 걷어내고 하나로 어우러질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며, 또한 그것을 하늘과 땅에 알림으로써 일종의 터를 다지는 것입니다. 비나리는 경기지방의 사설을 바탕으로 다시 짜여졌고 그 내용은 무릇 모든 이들이 잘되게 하는 그러한 것으로 채워져 있으며 창세내력, 살풀이, 액풀이, 축원덕담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 삼도 설장구 가락


삼도 설장구 가락은 호남, 영남, 경기-충청의 장구 명인들의 가락을 한데 모아 새롭게 짠 것입니다. 원래 설장구라 함은 판굿이 끝나고 개인놀이를 할 때 특별히 장구에 능한 상장구나 그 밖의 장구잽이들이 한명, 혹은 여러명이 나와 자신의 기예를 마음껏 뽐내던 것을 일컫는데 사물놀이는 이를 무대화하여 음악적으로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연주자들의 호흡을 한껏 끌어올려 신명을 다져나가는 '다스름', 고요한 평정의 상태에서 가락을 감고, 풀고, 몰아치는 다양한 흐름이 있는 '굿거리', 어깨춤 들썩이는 넉넉함으로 이루어내는 '덩덕궁이', 여유와 건들거림이 멋지게 조화되어 있는 '동살풀이', 불꽃처럼 격하게 타오르다가 다시 평온함으로 마무리되는 '휘모리'까지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변화는 연주자들 뿐 만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무아의 경지로 휘몰아 갑니다.


보통 사물놀이 연주자들의 가락은 호남의 김만석선행, 전사습 선생, 영남의 조판조 선생, 그리고 남사당의 양도일 선생의 가락을 기본으로 짜여져 있고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다른 가락들이 덧붙여지곤 합니다.


다) 삼도사물놀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사물놀이의 모습이 이 '삼도사물놀이'에 담겨 있습니다. 각 악기의 개상과 조화가 두드러지는 이 작품은 '호남우도풍물', '영남풍물', 그리고 '웃다리풍물'을 토대로 짜여져 있습니다. 오채에서 질굿 - 굿거리 - 양산도 - 덩덕궁이에 이르는 유장한 흐름은 호남우도의 것이고, 활달하고 남성적인 별달거리, 구음 등은 영남지방의 농악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으며, 자진가락에서 짝쇠로 이어지는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연주는 바로 웃다리 농악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바탕위에서 쇠와 가죽이 서로 경연하며 밀고, 당기고, 모이고, 흩어지는 다채로운 연주와 절묘한 호흡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바로 '삼도농악'이 지금껏 대중의 많은 사랑을 독차지해온 이유라 할 것입니다. 특히 자진가락 - 짝쇠로 이어지는 격렬한 에너지의 분출은 앉은반 사물놀이의 모든 예술성이 집대성된 하나의 정점을 이루는 것입니다.


라) 판굿


본래 판굿이란 대보름, 정월초하루 같은 절기에 풍물패가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하여(이것은 대개 며칠씩 계속된다) 마을의 신명을 엮어낸 다음 마지막날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한 판의 신명나는 굿을 이루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판굿에서는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성이 강조되며, 풍물의 온갖 기예와 보는 이들이 흥에 겨워 내지르는 소리, 구경꾼과 예인(藝人)이 너나없이 흐드러지게 어울리는 춤판,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모아져 한 무리의 엑스터시로 승화되는 것이다. 사물놀이의 일반적인 형태는 역시 4인의 구성과 4개의 악기이며 웃다리농악을 기본으로 하는 판제를 보여줍니다. 웃다리의 종이부포와 호남의 털부포가 결합된 상쇠의 부포놀음, 장고의 넘실거리는 춤과 가락, 북의 무거운 소리와 어깨춤, 징의 깊은 음과 삼도의 상모놀음을 다 섭렵하여 그를 재정리한 상모놀음으로 앙상블을 만들어냄으로써 풍물기예의 결정판과도 같은 종합예술을 선보입니다.